스타트업 취업에 대한 오해에 대해
요즘 “좋은 스타트업과 좋은 인재들을 연결해주는 일”을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정말 훌륭한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좋은 스타트업에서 좋은 인재를 찾는 게 너무 어렵다는 걸 다시 깨달으면서,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에 시작을 했습니다.
주말 동안 top 10 대학교의 동아리/학회에 연락해서 50개 정도의 동아리/학회들과 연결이 되었고, 믿을 만한 스타트업의 채용 공고들을 큐레이션해서 보내주었습니다. 그런데 클릭은 꽤 많은데 지원이 아직 아무도 없네요.
왜 훌륭한 인재들이 스타트업에 잘 안 올까?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다가 학부생들과 인터뷰를 해보니, 학교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이 아직 x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제가 학부생 시절 스타트업 취업에 대해 가졌던 오해들과 3년 후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해 글을 작성했습니다. 요즘 학부생들이 많이 쓴다는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서울대)에도 올렸는데, 현재 시간 기준 스크랩 437개, 좋아요 210개를 받았습니다. 꽤 반응이 좋았던 거 같아 짧은 인사이트지만 더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 미디엄에도 올립니다. 다른 의견들 얼마든지 댓글로 환영입니다!

대기업, 컨설팅펌 경험 없이 바로 스타트업에 가도 되나요?
대기업, IB, 컨설팅펌 타이틀이 있어야 스타트업으로 이직할 때 직급, 연봉 측면에서 더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제가 대기업, 컨설팅펌을 다녀보지는 못해서 정확하게 답변은 어렵지만, 컨설턴트 출신으로 스타트업에 계신 분들을 보면 우선 일의 기본기가 제대로 갖춰져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문서 작성, 프레젠테이션 스킬 등의 기본기는 사실 컨설팅 RA를 하거나 컨설턴트가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것으로도 쌓을 수 있습니다. (요즘 성인 교육 시장이 매우 잘 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100% 실력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인턴으로 들어온 분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고, 실행력이 뛰어나다면 자회사 대표가 되는 경우도 있고, 인턴으로 시작해서 30대 초반에 공동 대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창업자 입장에서도 본인의 지분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이해 관계에 맞기 때문에 능력이 있는 분들에게 얼마든지 기회를 줍니다.
학생일 때는 실력을 쌓고 스타트업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을 수 있으나, 실력은 하면서 생기는 겁니다. 본인이 정말 힘들게 감당할 수 있는 책임들을 맡아보고 어떻게든 잘 해보려고 노력하면서 실력이 쌓이고, 더 큰 기회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가장 빠르게 직급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단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야에서 부딪히면서 성장해야 합니다.
또한 스타트업에서는 기본적으로 대기업보다 연봉 인상률이 매우 높습니다. 또한 대기업과 달리 동료 평가에 기반한 개인의 역량에 따라 연봉 협상을 하기 때문에 본인의 실력만 증명한다면 굉장히 빠르게 연봉이 오릅니다.
스타트업에 있다가 대기업, 컨설팅펌은 못 가지 않나요?
저도 1–2학년 때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질문입니다. 그 당시 삼성 다니시다가 스타트업으로 조인하신 선배님께서 스타트업에 있다가도 얼마든지 대기업에 갈 수 있다고 하셨었는데, 그 당시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여러 배경을 가진 분들을 만나다보니 정말 그게 사실이더라고요. 예를 들어, 티몬 초기 멤버였던 분들 중 한 분은 티몬에서 3년 동안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시다가 Ebates라는 미국 회사의 지사장을 거치시고 지금은 VC 파트너로 계십니다. 제가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컨설팅펌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스타트업에 있다가 컨설팅펌을 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학부 졸업 후 바로 창업 or 초기 스타트업 조인해도 성공할 수 있나요?
학부 졸업 후 바로 창업하거나 초기 스타트업에 조인해서 C레벨로 일하고 계신 분들도 많습니다. 스타트업 초기에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합류해서 지금은 인수합병된 CPO가 되신 경우도 있고, 20대 초반에 창업을 해서 30대 초반에 300명 조직의 CPO가 되신 분도 있습니다.
첫 직장은 어떻게 고르나요?
스타트업은 경력직만 뽑는다고 하는 분들도 많지만, 의외로 잘 찾아보면 신입을 뽑고 있는 곳들도 많습니다. 또 2–3년차 이하를 뽑는 곳이라면, 프로젝트/인턴 경험이 많은 신입도 비벼볼 만합니다. 물론 좋은 인상을 줘야겠지만요.
스타트업/창업에 뜻이 조금이라도 있는 분이라면 가장 좋은 선택지는 뛰어난 시니어가 있는 로켓에서 회사와 함께 커가는 겁니다. 뛰어난 시니어가 있는지는 회사의 CEO, CTO, COO 등이 어떤 이력을 가지고 계신지를 뉴스 기사, 링크드인 등을 통해 찾아보면 됩니다. 로켓인지에 대해서는 회사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됩니다. 성장 속도에 자신이 있는 회사들은 채용 페이지나 언론 기사에 속도에 대한 이야기를 꼭 언급합니다. 시니어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서도 회사가 커가면서 본인의 책임과 권한도 빠른 속도로 커지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해볼 수 있고, 스톡옵션을 받았다면 경제적 보상도 챙길 수 있습니다.
취업 준비를 하는 상황에서 이런 기회를 찾지 못했다면 선택지는 두 개입니다. 빅테크에 들어가거나 꼬꼬마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밑바닥부터 만들어보는 경험을 해보는 겁니다.
좋은 스타트업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좋은 스타트업(로켓)인지 알려면 아래 조건들을 따져보면 됩니다.
- 시리즈 A 이상 : 스타트업 업계에서 시리즈 A란 시장에서 원하는 바를 잘 찾아서 이제 규모를 키우면 된다는 의미입니다. 적어도 회사가 풀어야 할 문제를 찾지 못해 망할 정도는 아니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 어떤 VC에서 투자를 받았는지 : 업계에서 시리즈 A-B 단계에 투자하는 메이저 VC는 이런 곳들이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카카오벤처스, 미래에셋캐피탈,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알토스벤처스 등. 이런 VC들에서 시리즈 A or B 단계에 투자를 했다면 그래도 믿을 만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보아도 됩니다. 회사가 충분히 큰 문제를 풀고 있는지, 그 팀이 그 문제를 풀만한 역량이 되는지는 지원자가 평가하기는 쉽지 않으니 VC들이 충분히 검증했다고 생각해도 되고요.
- 성장 속도 : 스타트업은 성장하지 않으면 망합니다. 거의 돈이 바닥날 지경이어도 성장을 하고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지만, 성장하지 못했는데 살아남는 회사는 별로 없습니다. 회사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적어도 매년 3배 이상 성장해야 합니다.
그래도 대기업이 연봉 더 많이 주지 않나요?
직방에서 엔지니어 초봉을 8000으로 올린다고 합니다. 네이버, 카카오 엔지니어 초봉이 5000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VC 업계로 돈이 많이 올리면서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두나무, 직방, 컬리, 빗썸코리아, 버킷플레이스, 당근마켓, 리디가 가장 최근에 유니콘이 되었습니다. 몇 백억대, 많으면 몇 천억대의 투자를 받으면서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보다 연봉도 많이 받으면서 스톡옵션도 받을 수 있는 기회들이 있습니다.
유니콘 스타트업이 아니더라도 시리즈 A 이상의 스타트업에서도 예전과는 달리 연봉을 많이 줍니다. 이렇게 변한지는 1–2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VC 업계에 돈이 많이 풀리면서 투자를 받는 금액이 예전에 비해 2–3배가 되어서 인재를 확보하는 데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연봉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 대기업에 가지 않아도 됩니다. 단적인 예로,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은행들이 돈을 많이 주는 것으로 유명했지만 이제는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더 연봉을 많이 줍니다.
그래도 대기업이 이직할 때 더 유리하지 않나요?
우선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일을 하는 방식이 많이 다릅니다. 조직 구조도 다릅니다. 많은 스타트업들에서는 10명 이하의 조직이 독립적으로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하고 배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지만, 대기업에서는 기능 단위로 조직되어 PM와 엔지니어가 하는 역할과 책임이 스타트업과는 다릅니다.
스타트업에 있는 사람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대기업에 계신 분이라면 기본적으로 그 대기업에 붙을 정도로 어느 정도로 역량이 있는 분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채용을 하지는 않고 스타트업에 어울릴 만한 분인지를 반드시 체크합니다.
그렇다면 대기업 네임 밸류가 있는 게 유리할까요? 사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에서 비슷한 조직 문화와 업무 방식 하에 더 많은 역할과 성과를 낸 사람들을 더 선호합니다.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추천 기반으로 이직이 많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본인이 실력이 있고 평판이 좋다면 어느 조직에 속해있건 이직이 자유롭습니다.